2016년 2월 15일 월요일

키친타올 대신 행주 사용하기

마지막 키친타올을 쓰고 살까말까 고민하다가 '이게 과연 필요한 것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키친타올이 세상에 나와서 쓰게 된지도 얼마 안 되었다는 생각이 들면서 구매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키친타올을 구매하지 않기로 한 결정적인 이유는 부피때문이다.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써야 하는 집에서 곧 사용을 기다려야 하는 키친타올을 12개나 더 구매하고 보관하는건 비효율적으로 느껴졌다. (30롤씩 파는 휴지도 마찬가지 느낌이다.) 

그래서 나는 과거로 회귀했다. 
바로 행주를 쓰는 것. 
다행히 가제(혹은 거즈) 수건을 졸업하는 아이가 있어 삶아놓고 처분을 기다리는 거즈 수건이 가득했다. 

기존에 쓰던 행주들은 외국의 dish clothes와 한국식 핸드타올들이었는데, 

우선 외국의 dish clothes는 빳빳한 천이고 닦아내는 용도로 흡수력이 약하다. 대신 그만큼 물도 잘 안들고 크고 얇다. 
한국식 핸드타올(행주라기 보단.. 손닦는 용도)은 손을 닦는 용도로 나온만큼 커다란 사각형 구조가 아니라 여기저기 박음질이 되어 있다. 수건 천을 작게 박아놓은 것이라 흡수력은 좋지만 그만큼 잘 안 마른다. 뭔가 가볍게 닦기엔 무리가 있다. 

5일정도 열심히 써본 결과, 거즈 수건은 생각보다 멋진 행주였다. 키친타올이 생각 안날만큼. 

장점은..

1.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다. 
물뿐만 아니라 기름 흡수력은 키친타올보다 더 낫다. 멸치를 볶은 후라이팬과 전을 데운 그릇을 닦았는데 정말 깔끔하게 닦인다. 추가로 물 헹굼 없이 식기세척기에 넣을 수 있을 정도다. 

2. 물에 닿으면 깨끗해진다. 
수건 천을 박아놓은 기존의 행주들은 기름이든 김치국물이든 흡수되면 그다음 잘 나오지 않는다. 물에 헹궜을 때 깨끗하게 사라지지 않는데, 거즈 수건은 그거에 비하면 꽤 깨끗하게 사라진다. 후라이팬을 닦은 수건을 살짝 흐르는 물에 헹구면 기름때가 사라지고 생각보다 깨끗한 수건이 된다. (그래서 여기저기 더 닦았다..) 

3. 얇다. 
그만큼 빨리 마르고, 빨기도 수월하다. 나처럼 아이를 낳고 손목이 너덜너덜해진 경우, 얇은 것은 매우 중요하다. 

4. 가격이 싸다. 
국산 순면 거즈수건 가격이 10장에 4500원. 1장에 500원이 되지 않는다. 계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물론 영구적으로는 아니겠지만..)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쓴다면 키친타올 가격을 충분히 뽑고도 남지 않을까? 

5. 친환경적이다. 쓰레기도 안 나온다. 
말이 필요없다. 빨기만 하면 된다. 


단점은... 
딱 하나. 빨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각보다 귀찮다. 기름 얼룩등으로 행주는 매번 삶아야 깨끗해진다. 

다행히 나는 행주삶는 기계가 있다. 아이 손빨래가 부담스러워서 하나 구매했던 것인데.. 지금 찾아보니 전기로 하는 것도 있고, 아예 삼숙이처럼 스테인레스 통만 파는 것도 있다. 나는 스테인레스 통을 전기포트처럼 올려놓고 시간에 맞춰 삶게 되어 있는 것이었는데 전기 쓰기가 거추장스러워서 스테인레스 통을 가스렌지 위에 올려놓고 삶는다. 

굳이 손빨래 조물조물 하지 않아도 과탄산소다 + 뜨거운 물에 삶기로 충분히 하얗고 뽀얀, 그리고 형광증백제 따위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재사용도 가능한 나만의 키친타올이 완성된다. 

친환경적으로, 단순하게 살기란 어쩌면 귀찮음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막상 하고보면 참 별거 아니다. 
모든 설거지가 끝나고 다 닦은 행주를 통에 넣어 물에 끓여주면 끝인데. 
어찌보면 기름 묻은 키친타올을 작은 비닐 봉투에 넣어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과 큰 차이가 없다. 

좀더 귀찮은 마음을 괴롭히며 살아야겠다.